척수근위축증, 원샷 치료제, 스핀라자, 졸겐스마, 에브리스디

세계 희귀 질환 유병률은 10만 명당 1.2명으로 추산됩니다. 0.001%의 확률로 온 질환이지만, 전 세계 제약사가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Credit: 헬스조선



척수근위축증

척수근위축증은 심장과 호흡 근육이 굳어 죽거나 정신은 정상적으로 나이를 먹는데, 전신은 마비돼 숨쉬기조차 스스로 할 수 없게 만드는 유전성 희귀 질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모가 척수근위축증 환자가 아니라도, 유전자 소실이나 변이가 생겨 자녀는 척수근위축증이 발병하기도 합니다. 


운동 기능에 필수적인 생존운동신경세포 단백질 결핍으로 인해 운동 신경이 약화되고, 전신의 근육이 서서히 약해지는 병으로, 근위축증은 주로 영아기에 첫 증상을 보이지만, 모든 연령에서 발병합니다. 발병 시기와 운동 가능 상태에 따라 1형~4형으로 분류됩니다. 


1형

생후 0~6개월 미만에 증상이 발현된 경우로, 전신 근육 약화와 함께 특히 삼킴과 호흡이 어려워 사망 위험이 큽니다. 국내 환자가 10명 정도로 추정되는 1형 SMA의 경우, 출생 직후부터 운동신경세포 퇴화가 빠르게 진행돼 생후 6개월 전에 95% 이상이 손상되고, 치료하지 않으면 90% 이상의 환자가 만 2세가 되기 전에 사망하거나 평생 보조 호흡장치에 의존해야 합니다. 한 번 사멸된 운동 신경 세포는 다시 복구되지 않습니다.


2형

생후 6~18개월에 발병하고, 저작 근육 약화와 다리 근육 약화가 흔하게 나타납니다. 30% 이상의 환자가 만 25세 이전에 사망하고, 사망하지 않더라도 독립 보행과 삼킴 등 주요 근육 기능이 크게 떨어져 휠체어에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형

생후 18개월 이후 발병하고, 독립적 보행 등 대부분의 운동 기능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청소년기와 성인기 초반에만 독립 보행이 가능하고, 서서히 근력이 약화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유아기에 근육 약화가 나타난 경우, 휠체어가 필요하기도 하고, 보행 능력을 상실한 환자에게선 척추측만증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4형

발병연령이 18세 이상 성인기인 경우로, 이들은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걸을 수 있지만, 손과 발 근육 사용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신약 등장, 완치 치료제는 아님

치명적인 희귀 질환임에 불구하고 척수근위축증은 치료제가 등장했습니다. 대부분의 희귀 질환이 제대로 된 약도 없는 상황인데, 척수근위축증은 치료제가 바이오젠의 '스핀라자', 로슈의 '에브리스디', 노바티스의 '졸겐스마' 등 3개나 존재합니다. 졸겐스마는 1회 치료비가 약 20억에 달하는 초고가 약이지만 척수근위축증을 일으키는 SMN1 유전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한 번의 치료만으로 질병이 완치되는 원샷 치료제로 유명합니다. 


이 치료제들은 스스로 호흡조차 하지 못하거나 누워만 있어야 했던 척수근위축증 환자가 혼자서 움직일 수 있게 할 만큼 효과가 뛰어납니다. 하지만, 척수근위축증은 특정 치료제의 존재만으로 완치를 언급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어서, 여전히 더 나은 치료법을 찾아야 하는 희귀 난치질환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원샷치료제로 알려진 졸겐스마도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약임에도 투약 후 10명 중 2명은 독립보행이, 2명은 도움 없이 설 수 있다는 임상결과가 존재하지만, 졸겐스마 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일반인과 똑같이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졸겐스마 사용 후에도 치료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다른 약제를 추가로 사용하는 여러 연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강남세브란스 신경과 박형준 교수



사각지대, 치료접근성

건강보험 적용 여부 때문에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청소년, 성인 척수근위축증 환자가 치료제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소아 척수근위축증 환자는 졸겐스마가 급여권에 진입하면서, 이를 투약 후 효과를 보는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 성인 환자는 졸겐스마 투약 대상이 아니라 졸겐스마는 사용하지 못합니다. 청소년, 성인용 치료제는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급여기준이 너무 엄격해 사용이 어렵습니다. 


2023년 4월 기준 국내에 허가된 청소년, 성인 척수근위축증 환자용 치료제는 '스핀라자'와 '에브리스디'가 있는데, 급여가 적용되는 건 스핀라자뿐입니다. 하지만, 청소년·성인 척수근위축증 환자의 증상 발현 시점은 대부분 10대 중후반이거나 성인이 된 이후인 탓에 스핀라자 급여 사용은 극도로 제한됩니다.


스핀라자는 급여기준

▲5q SMN-1 유전자의 결손 또는 변이의 유전자적 진단

▲만 3세 이하에 SMA 관련 임상 증상과 징후가 발현

▲영구적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 환자임을 증명


급여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청소년·성인 척수근위축증 환자는 관절, 척추 변형으로 인한 심한 척추측만증 때문에 척추에 직접 주사해야 하는 스핀라자 투약에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투약 전 엑스레이나 CT 등 방사선 촬영의 반복이 불가피하고, 제대로 된 투약이 어렵습니다. 임상현장에선 스핀라자 투약 중 통증이 너무 심해 치료를 중단하거나,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까지 이동하는 게 어려워 제때 치료를 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합니다. 이들에겐 경구형태인 에브리스디가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비급여로 사용하면 1년 치료비가 약 3억 원이 넘는 에브리스디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습니다. 


졸겐스마와 스핀라자, 에브리스디는 치료기전이 다른 약이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우열을 가릴 수도 없다.
의사 입장에선 보험급여 확대를 통해 척수근위축증 환자에게 다양한 치료 선택지가 생기길 바란다.
 대부분의 희귀 난치성 질환은 약조차 없고, 그나마 있는 약도 허가·급여 기준에 맞지 않아 사용하지 못할 때가 잦다.
지금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계속 나빠질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약을 사용할 수 없어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 제일 힘들다.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된 것을 알고 있으나, 적어도 약이 있는 질환은 약을 사용할 수 있게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


-강남세브란스 신경과 박형준 교수


 

졸겐스마

노바티스의 졸겐스마는 2021년 5월 국내 허가를 받았습니다. 척수근위축증 환자에게 정맥 투여하는 유전자치료제입니다. 


졸겐스마 사용기준

생존운동뉴런1 (SMN1) 유전자에 이중대립형질 돌연변이가 있는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 중

▲제1형 척수성 근위축증 임상적 진단

▲생존운동뉴런2 (SMN2) 유전자의 복제수가 3개 이하인 경우


졸겐스마는 사람생존운동뉴런 유전자가 도입된 재조합 AAV 벡터를 정맥 투여애 중추신경계의 운동 신경세포에서 SMN 단백질을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작용기전입니다. 졸겐스마는 1회 투여로 척수근위축증을 치료할 수 있는 '원샷 치료제'로 주목을 받았습니다.